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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 격투기 왜 인기인가?

갑자기 불어닥친 이종격투기 열풍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인간의 폭력성을 부각시켜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반면 “오히려 그런 폭력성을 해소할 수 있는 출구”라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격투기 열풍이 현대인과 우리사회의 한 단면을 의미심장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는 큰 이의가 없다. 포스트모던 스포츠? 어린 시절 누구나 품었을 궁금증 하나.‘로보트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조오련과 물개가 수영을 하면 누가 빠를까.’이종 격투기의 신선함은 이런 원초적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상대를 쓰러뜨린다’는 오직 하나의 룰 아래 복싱, 태권도, 유도, 레슬링, 무에타이,합기도, 택견 등 다양한 격투기 고수들의 한판 승부가 가능해진 것. 스포츠에서도 포스트모던한 혼성잡종이 이뤄진 셈이다. 각 영역을 세분화해서 규칙을 고도로 발전시켜온 것이 근대성의 한 특징이라면, 포스터모던은 이 벽을 넘어서려는 이종교배의 문화. 근대의 세분화된 장르가 점차 고루한 관습의 벽이 되어버린 탓이다. 실제로 제1회 스피릿 엠씨 대회의 홍보 타깃 역시 이 부분이었다. 심판의 미숙한 판정 등 잡음이 없지 않았지만 어쨌든 무에타이 전사 이면주가 레슬러, 복싱선수 등의 벽을 뚫고 우승하며 이런 궁금증의 일말을 풀었다. 그러나 이런 요소가 한두 번의 이벤트에는 알맞지만 이종격투기의 진정한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맞짱뜨기, 링위의 현실로. 조폭 영화 신드롬 이전인 90년대 초부터 청소년 문화의 한 지류로 꾸준히 흘러온 것이 ‘맞짱뜨기’였다. 70∼80년대 무협지의 정서가 ‘고독한 영웅의 황홀한 활약상’이었다면 그 변종인 ‘니나 잘해’,‘짱’등 90년대판 학원 무협만화의 정서는‘짱들의 승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숱한 격투게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가 더 강한지를 결판해 지는 자는 깨끗이 승복하는 것.’맞짱뜨는데,‘손기술만’,‘발기술만’등의 제한을 두면 구차스럽다. 청소년들이 이종격투기에 환호하는 것도 바로 그들이 만화와 영화, 게임에서 봐왔던‘한판 맞짱뜨기’가 링 위에서 현실로 구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맞짱뜨기 문화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동식씨는 “고도로 합리화된 사회에서는 선택의 문제만 남으며 승부의 경험은 배제된다”며 “승리했을 때의 기쁨과 패배했을 때의 허무감, 그리고 깨끗하게 승복하는 자세, 이런 승부의 원초적 건강성을 경험하고 싶은 충동”이라고 해석했다. 예컨대 선거에서 지면 언제나‘~탓’으로 합리화하는 현대사회의 위선에 대한 염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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